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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의 권리는 업종별로 지역별로 가를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반월시화공단노동조합 '월담' 이미숙 위원장

뉴스99 |

 

최근 새로 임명된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두 장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최저임금 적용에 대해 업종별 차등에 공감한다는 의사를 피력한바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이미 지난 선거운동 기간 중에 최저임금의 업종 및 지역 차등 적용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현재의 정부가 최저임금을 바라보는 시각이 무엇인지를 말해주는 것이고, 동시에 이번 최저임금 논의 과정이 어떠할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

 

새삼스러울 것 없는 경영계의 최저임금 차등 적용 주장도 여전합니다. 최근 경총은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최저임금 미만율이 역대 두 번째로 높다고 주장하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난 정부에서 과도하게 올려놓은 최저임금액의 조절과 지역ㆍ업종별 차등 적용을 제도화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으면 최저임금법 위반에 대한 철저한 관리 감독을 주문해야 하는데, 오히려 최저임금을 낮춰서 법 위반을 없애자고 하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이처럼 경영계는 수십년째 ‘최저임금을 자꾸 높이는 것은 결국 일자리를 없애고, 노동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는 낡고 증명되지 않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물론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최저임금의 인상에 따라 실제 경영의 압박을 느끼는 작은 사업장이 있을 수 있고, 그로 인해 고용없이 운영하는 자영업자가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경영계는 원청의 단가 인하 압박이나 프랜차이즈 가맹수수료, 자영업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임대료의 압박 등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영세하청업체의 지불능력을 취약하게 하는 대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는 외면하면서, 최저임금 문제가 오롯이 지불능력이 없는 사용자와 더 많이 받고자 하는 노동자 사이의 갈등 만 있는 것처럼 호도합니다. 
 
임금은 노동자의 생계비입니다. 최저임금의 보장을 통해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한다는 최저임금제도의 취지는, 최저임금이 단순히 먹고 사는 수준을 넘어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는 길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하기도합니다. 그래서 최저임금 결정에 필요한 것은 노동자의 ‘인간다운 생활보장’이라는 관점입니다. 그런데 생계비가 아니라 오로지 자본의 지불 능력만을 염두에 두고 차등방안이나 논의하자고 하는 것이 경영계와 정부의 행태입니다. 

 

사실 이는 최저임금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해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어 사업장 내 휴게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조항이 오는 8월 18일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정부는 구체적인 휴게시설 설치 대상과 기준 등을 담은 하위법령을 지난 4월 25일 입법예고했습니다.

 

입법예고된 정부 시행령안은 20인 미만 사업장을 휴게시설 설치의무 대상에서 적용 제외하면서 또다시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의 제대로 된 쉴 권리를 사실상 누락하고 말았습니다. 이 같은 제도적 미비와 공백으로 말미암아 모든 노동자들이 보편적으로 누려야 할 기본권인 휴게권이 사업장의 크기에 따라 배제되고 차별되고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어떻습니까. 지난 몇년간 중대재해 사망사고의 80퍼센트는 50인 미만 작은 사업장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법은 이들 사업장 노동자를 외면하고있습니다. 자본의 지불능력이 그 이유였습니다.  이처럼 자본과 정부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끊임없이 나누고, 끊임없이 갈라치기 해왔습니다.
 
대다수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그리고 작은 사업장 노동자에게 여전히 최저임금위원회의 교섭은 자신의 임금을 결정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한 때 최저임금 투쟁을 국민임투로 명명하기도 했을만큼, 최저임금 결정에 영향을 받는 노동자들의 수는 많습니다. 노동조합이 없는 작은 사업장, 비정규직, 불안정 노동자들의 삶이 최저임금에 묶여 있습니다. 안산지역 반월공단에서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들도 이에 해당됩니다.
 
차별과 배제가 아니라 일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할 존엄한 삶의 기초로서 최저임금제도가 역할해야 합니다. 존엄한 생활을 위한 임금은 타인의 노동력으로 이윤을 축적하는 기업들이 당연하게 보장해야 할 의무이며, 노동자의 권리입니다. 권리는 누구에게나 주어져야하는 것이지 업종별로 지역별로 가를수있는것이 아닙니다. 정부와 경영계는 이를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