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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축하의 새해 인사를 나누는 중에도 마음은 무겁습니다. 2024년이 우리에게는 어떤 해가 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답답한 기운이 먼저 올라옵니다. 그러나 기분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현실이 암울한 것만은 아닙니다.
지금 세계는 두 개의 전쟁에 휩싸여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이 하나이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사이의 전쟁이 다른 하나입니다. 이 두 전쟁의 본질은 미국의 패권에 대한 도전이며 자주성 실현을 위한 투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두 전쟁은 미국의 세계 패권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이 길어질수록 나토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지위는 더욱 약화될 것입니다. 유럽의 나라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고 각 나라들은 나토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나름의 살아갈 궁리를 하게 될 것입니다.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접지 않는다면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입지는 점차 줄어들 것입니다. 전통적인 친미국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이란과 화해를 하면서 중동에서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예멘은 홍해를 차단하고 나섰고,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은 점점 고립되어가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활동을 보더라도 G7의 경제 규모보다 BRICS의 경제 규모가 더 커지고 있습니다. G7이 주도하던 세계 경제활동은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게 되었고, 오히려 G7 국가 중에서 BRICS에 기웃거리는 국가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BRICS 가입 국가가 20여 개로 늘어났습니다. 국제관계에서 중궁, 러시아 등의 자국 화폐 사용이 확대되고 블록마다의 통화를 만들려는 논의가 진행되면서 달러는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식민지 예속관계를 끝내고 자주권을 되찾기 위한 투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도 프랑스의 지배를 끝장내기 위해 니제르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아프리카의 과거 식민지 나라들이 반제 자주의 길로 나가는 것은 역사 발전의 합법칙적 결과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아프리카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남미에서도 아시아에서도 아랍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은 탈냉전 이후 조성되었던 미국 중심의 일극 패권이 무너지고 다극화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미국의 패권이 흔들린다는 것은 분명 우리민족에게는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우리민족이 미국에 의해 분단 되었고, 미국이 평화통일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것은 세계가 다 아는 사실임을 감안하면 미국의 패권이 무너진다는 것은 통일을 이루는 데서 외부적 환경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짙은 안개가 눈앞에 자욱한 것은 바로 내부적 환경에 있습니다. 나라의 존엄을 내팽개치고 사대 굴종으로 일삼더니 이제는 자신의 신념으로 굳어져 버려 옳고 그름을 분간하지 못하는 윤석열의 정치 행각이 우리를 참혹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쥐뿔도 모르는 자가 대통령이 되자마자 미국과 가치동맹을 떠들더니 이제는 앞잡이가 되어 세계를 떠돌며 미국의 가치를 떠벌이는 형국이 되었습니다. 그 결과는 미국이 뒤에서 벌여놓는 전쟁에 뛰어드는가 하면 일본에게는 한없이 순진한 청맹과니가 되었습니다. 일본 군대를 끌어들여 전쟁연습을 하더니 심지어 국방부 정신교육 교재에 독도를 표기하지도 않았고 분쟁지역으로 기술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를 우연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윤석열의 이러한 행보로 인해 현재 한반도는 언제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 되었습니다. 남북 사이의 <4.27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9.19군사분야합의>가 무효화 되었습니다. 대북 삐라 살포를 강행하겠다고 합니다. 우발적 행동이 전쟁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윤석열이 벌여놓는 국제관계는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나라들과는 교역을 할 수 없는 지경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국가경제교류도 반쪽짜리가 되었습니다. 결국 경제도 반쪽, 가치도 반쪽인 나라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외부적 환경은 좋아지는데 내부적 환경은 최악의 상황입니다. 결국 문제는 우리 내부에 있습니다.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저절로 평화와 통일이 오지는 않습니다.
2024년에는 22대 총선이 있습니다. 총선 국면이 정세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지, 윤석열에게 호흡기를 달아 줄지 알 수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의 입장과 대중들의 요구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가에 있습니다.
2016년 촛불혁명은 이를 잘 보여줬습니다. 촛불혁명은 압도적 다수의 민주당으로 표현되는 것도 아니고 제2의 촛불혁명으로 재현되지도 않습니다. 2018년 남북관계가 북미 하노이회담의 결렬로 중단되고 말았지만 우리에게 부족했던 것은 외부적 환경을 이겨낼 내부적 동력을 이끌어내지 못한 데 있습니다. 세계적 이목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나선 미국이지만, 우리 내부적 힘을 끌어올려 새로운 단계로 나아간다면 외부적 힘도 어쩌지 못하게 됩니다.
촛불혁명은 문재인 정부로 대변되는 것도 아니고 윤석열 정부로 좌절된 것도 아닙니다. 촛불혁명은 1894년 갑오농민혁명과 3.1독립만세운동과 4.19혁명, 광주민주화운동, 6월항쟁, 그리고 6.15남북공동선의 민족적 지향을 이어온 위대한 민족의 역사입니다. 그것은 멈춰진 과거가 이나라 대중의 지향을 담은 위대한 혁명이었고, 2024년에도 우리가 실현해야 할 가치입니다. 우리 앞에 짙은 안개가 있다면 촛불혁명의 혜안으로 앞을 직시하여야 합니다. 어느 누구도 막아 나설 수 없는 해일 같은 거대한 역사를 보게 될 것입니다.
2024년 새해 아침을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