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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종차별철폐의 날에 돌아보는 이주민과 시민권 - 이주노동자는 안산시민인가 유령인가

(사)안산공동체미디어 정혜실 본부장

뉴스99 |

 

3월21일 오늘은 UN이 정한 ‘세계인종차별철폐의날’ 이다. 이 날을 기념하여 3월 19일에 서울역 광장에는 전국에서 활동하는 이주민지원단체와 활동가들 그리고 이주민 당사자들의 참여가 있었다. 이주노동자, 결혼이민자, 난민, 유학생 등 다양한 이주민들이 이 자리에 참여했고, 인종차별을 끝내기 위해서 한국사회에 요구하는 구호들로 넘쳤으며, 여러 구호들 중 가장 많이 들린 구호는 바로 ‘차별금지법 제정하라!’는 구호였다.

 

인종차별금지법이 없는 대한민국에서 인종차별을 금지할 수 있는 법의 필요성과 더불어 우리는 하나의 인종으로서만 정체화되는 존재가 아니라, 인종, 성, 계급, 젠더, 장애, 연령 등 다양한 정체성들이 교차하는 가운데 벌어지는 차별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종차별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단지 피부색에 따른 차별 또는 출신국만의 문제만이 아니라 모든 삶의 맥락에서 중첩적이고 복잡한 문제를 포괄하는 차별금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UN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그러한 이유로 대한민국에 오랫동안 포괄적차별금지법을 권고해오고 있다. 이에 호응하는 법제정을 미루고 있는 것은 바로 국회이며 대한민국 정부인 것이다. 법안이 지난 정권을 통해 10만의 시민들의 청원으로 발의된 상태이지만, 이에 대한 제정의지를 보여주고 있지않은 것이 현재 정치인들의 민낯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차별금지법제정이 십 년을 넘게 제정되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 동안 이주민에 대한 차별은 나날이 악화 되고 있고, 이주민을 동료 시민으로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일부 정치인들이나 공무원 또는 사업주나 선주민들에 의한 차별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노동력으로 필요하고, 결혼을 해야 하는 남성들에게 필요하며, 저출생을 대비해 자녀를 낳아 줄 이주여성들이 필요하다고 여기지만, 이러한 필요는 이주민을 도구적으로 생각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선거기간 동안 시장의 후보로 나선 정치인들이 안산의 청년 문제를 고민할 때, 이주노동자로 짧게는 사 년 이상 길게는 십 년 가까이 한국 사회에 머물다가 가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아예 생각조차 안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청년과 만남에서 이주노동자청년들이 투표권이 없다는 이유로 배제된 것이다.

 

국내 이주민들은 1년을 살아도 한 지역에 머물면 그곳의 주민으로 등록할 수 있다. 하지만 안산의 반월과 시화공단에서 일을 하고, 외국인등록상 주거지를 안산으로 하여 4년을 넘게 살아도 주민으로서 인식되지 않는다. 이들은 일을 하고, 급여 부분에서 4대 보험을 내기도 하고, 원천징수세를 내고, 그 회사가 제조업으로 부가가치를 만들 때마다 세금을 낼 수 있게 하는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지만, 이들은 안산이라는 지역 안에서 시민이 아닌 유령같은 존재이다. 이들은 다문화거리 원곡동에서 소비하고, 그 거리에서 장사하는 소상공인들의 이익을 창출해주며 소비를 통한 간접세를 납부 하는 사람들이지만, 영주권을 갖을 수 없도록 한 고용허가제의 체류 조건으로 인해 시민이 아닌 유령 같은 존재로 안산이라는 지역에 머무는 것이다.

 

안산은 지난 2020년 높은 점수로 유럽평의회로부터 ‘상호문화도시’지정을 받았다. 그 높은 점수는 안산에 거주하는 100개국이 넘는 이주민들의 거주와 다양성 덕분이다. 그런데 상호문화도시에서 상호에 맞는 동료 시민으로서 우리는 이주민들을 받아들이고 있는가 돌아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