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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C 제빵공장 청년노동자의 죽음을 애도합니다 -
지난 15일, SPC 계열 제빵공장에서 23세 여성 청년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그는 15kg이 넘는 무거운 재료를 혼자서 들어 옮기며,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11시간을 밤새워 일했다.
그가 일하던 기계에는 안전장치도 없었고, 2인 1조 근무수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 사고가 나기 8일 전에도 같은 작업장에서 기계에 노동자의 손이 끼이는 사고가 있었다. 이 때 회사가 제대로 안전조치를 했다면 어땠을까?
노동자들의 요구대로 회사가 인원을 충원하고 2인 1조로 일했다면, 밤샘근무를 줄였다면, 사고가 났던 기계에 안전장치를 설치했다면...
그랬다면 스물 셋의 그에게는 ‘오늘’이 주어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회사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무시했고, 사고가 일어나도록 그냥 놔두었다. 그 작업장에서만 5년간 37번이나 산재사고가 일어났지만 노동환경은 바뀌지 않았다.
사고가 일어난 SPL은 파리바게트, 베스킨라벤스 등과 함께 SPC그룹의 회사다. 국내 1위 제빵 기업 SPC는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투자도 하지 않았다.
SPC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SPC 제빵사들은 장시간 노동은 물론이고 휴가도 마음대로 쓰지 못한다. 무리한 작업환경으로 유산을 경험한 노동자도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자 회사는 노조파괴 공작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 사망사고는 노동자들을 돈벌이의 도구로만 취급해온 SPC의 행태가 만들어낸 참사다.
10월 16일, 청년이 사망한 다음 날에도 SPC는 기계를 돌려 빵을 만들었다.
사람의 죽음이 SPC 경영진에게는 그토록 사소한 일이란 말인가.
기업의 책임을 얼마나 봐줬으면, 사람이 목숨을 잃어도 기업이 눈 하나 깜짝 안하는가.
우리의 죽음이 이처럼 사소한 일로 여겨지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하지 않는 무책임한 기업이 반드시 처벌받게 해야 한다.
이미 ‘노동자의 피 묻은 빵을 먹을 수 없다’는 SPC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다.
시민들의 움직임에 정치가 화답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을 강화해 경영자가 안전의무를 반드시 지게 하고, 예외 없이 제대로 법을 적용해야 한다.
너무 많은 청년들이 일터에서 죽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번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해 책임자를 처벌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만들어야만 한다.
안산청년네트워크는 산재사고로 삶을 잃은 SPC 청년노동자를 마음 깊이 애도하며, 누구도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행동할 것이다.
2022년 10월 19일
안산청년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