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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 노란봉투법 개정으로 실현하자!

윤유진 평등평화세상 온다 교육팀장

뉴스99 |

 

현행 노조법의 악질 조항 바로잡는 '노란봉투법'

(2022년 9월 28일, 안산촛불민주광장 발언 내용)

 

안녕하세요. 저는 평등평화세상 온다에서 활동하는 윤유진입니다. 질문 하나 드리면서 발언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대한민국은 노동3권을 보장하는 나라인가요?

저는 학교에서 노동3권이 있다고, 대한민국 헌법이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배웠습니다. 다들 그렇게 알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진짜로 그런가요?

 

얼마 전 대우조선해양의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이 자신의 몸을 0.3평 감옥에 가두고 파업투쟁을 했습니다. 6년 동안 임금이 삭감되고, 20년 경력의 고숙련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을 하는 열악하고 부당한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몸을 가둔 채 크게 목소리 내는 방법밖에는 없었습니다.

 

그 투쟁을 보면서, 이분들이 파업에서 승리해서 인간다운 노동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했습니다.

 

그런데 살기 위해 파업을 했던 분들에게 돌아온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바로 470억 원이라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액수의 ‘손해배상’ 소송이었습니다.

 

470억 원을 갚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 한 명이 2000년 동안 일한 돈을 모아야 합니다. 이 돈은 갚는 중에도 이자가 계속 불어나서 액수는 계속 늘어날 것이고 2000년도 넘게 걸릴 수도 있습니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이 파업했던 기간은 단 51일이었습니다. 한 달 반 남짓한 시간 동안 파업을 했다고 수십년의 노동자들이 수백년동안 월급을 모아도 갚을 수 없는 거대한 금액의 손해배상금을 물어내야 한다면, 세상천지에 어떤 사람이 파업에 나설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은 노동3권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는 심각한 노동후진국입니다.

 

파업권을 포함한 노동3권은, 모든 법의 위에 있는 ‘헌법’이 보장한 권리입니다.

반드시 보호하고 보장해야 하는 권리입니다. 이게 없으면 노동자들이 부당한 일을 겪어도 목소리 낼 수 없고, 그러면 노동하며 살아가는 우리사회 대다수의 개인들이 힘든 일을 겪어도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을 잃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평화적인 방법으로 파업, 쟁의하는 노동자들에게 회사가 손해배상을 물릴 수 없도록 해야 합니다. 이게 바로 지금 거론되고 있는 ‘노란봉투법’의 핵심 내용입니다.

 

사실은, 이미 우리나라 노조법에 ‘사용자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손해를 입은 경우에 대해 노동자에게 손해배사을 청구할 수 없다’고 명시가 되어 있습니다.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을 물리는 것이 이미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400억 손해배상, 이런 것이 왜 발생하는 걸까요?

 

바로 법에 일부러 빈틈을 만들어놓고, 기업이 원하는 방법으로 해석할 수 있게 꼼수를 써놨기 때문입니다. 노조법에서 손해배상 당하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합법적’ 파업의 범위를 극도로 좁게 해버린 것입니다. 이런 법 개정은 박정희 독재정권 때 이루어졌습니다. 노동자들을 탄압하기 위해서 만든 거죠.

 

그래서 노조법에 온갖 내용들을 추가해서 파업을 ‘합법’파업과 ‘불법’파업으로 구분하고, ‘합법’파업으로 인정해주는 조건을 엄청 까다롭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회사가 갑자기 정리해고를 한다고 해서 노동자들이 파업을 합니다. 물론 폭력행위 없이 평화적인 방법으로 파업을 합니다. 그러면 이 파업은 합법일까요 불법일까요? 상식적으로 합법입니다. 그런데 법원 판례에 따르면 실제로는 ‘정리해고’라는 목적이 노조법에 명시된 파업 목적에 들어있지 않은 내용이라서 이건 불법이야 라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해고에 맞서기 위해 파업해도 수십억 수백억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게 됩니다.

 

이렇게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노동자들의 삶은 어떻게 될까요? 십수년동안 재판을 받고, 돈을 갚느라 삶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있습니다.

 

쌍용차 해고투쟁에 참여했던 노동자들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3년 동안 손해배상 소송에 시달리고 있고, 아직도 갚아야 할 배상금과 이자가 수십억 원이나 남아있습니다. 이런 손배소 빚으로 인해 쌍용차 해고노동자 분들 중 30명이 삶을 포기했습니다.

 

이건 잘못된 겁니다. 노동자를 보호하라고 존재하는 노조법이 노동자들의 파업에 불법 딱지를 붙이고 수십 수백억의 소송을 당하게 만드는 게 말이 됩니까? 이건 분명한 꼼수입니다.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지키고, 노동자들의 삶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반헌법적인 노조법을 제대로 바로세워야 합니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이 꼭 필요한 이유입니다.

 

'노란봉투법'은 7년 전 처음 발의되어 아직도 통과되지 않고 있습니다. 더 이상 노동자들이 손배소로 인해 고통받고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노란봉투법’이 올해는 꼭 만들어질 수 있게 관심가지고 함께해주세요. 저도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노동3권 있는 대한민국, 우리 손으로 만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