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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은 겪어내면 되지만, 장애인에게는 ‘불가능’이 존재한다!”

[기획] 안산청년네트워크, 세 번째 시간 ‘장애인 청년’‘의 이야기

뉴스99 기자 |

 

「청년기본법」 제5조 제1항에서는 ‘청년의 기본권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존중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모든 청년의 기본권은 동등하게 보장되고 있을까. 뉴스 속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보며 장애를 가진 청년들의 삶은, 기본권은 과연 어떨까 생각해본다.

 

우리 사회는 철저히 비장애 중심이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학 이상’의 학력을 가진 장애인의 비율은 14.4%에 불과하고,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2020년 장애인 경제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만 15세 이상 등록 장애인의 경제활동참가율은 37%로 전체 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에 비해 26%p 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진학을 하고 고용이 되도 학교와 직장 내에서 차별과 소외문제 등 동등한 구성원으로 살아가기가 역시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의 연구자료(2021)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등록 장애인구는 2,644,700명으로 전체 인구의 5.1%를 차지하고 있다. 그 중 20세~29세 인구가 97,342명(3.7%), 30세~39세 인구가 116,907명(4.4%)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214,249명의 장애인 청년들이 있으며 이는 20세~39세(13,379,358명) 전체 인구 중 1.6%의 비중이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대한민국 20~30대 100명 중 1~2명은 장애를 가진 청년들이라는 것이다.

 

결코 적은 수가 아니며 이들 역시 대한민국 국민이자 청년이다. 하지만 이들이 과연 정책의 주체이자 주요한 대상이 되어왔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오히려 소외되었다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이 아닐까?  -기자말

 

 

안산 지역에서 10년째 청년들의 고통을 대변하고 청년 정책을 제안해 온 안산청년네트워크에서 청년 당사자를 만나 내밀한 대화를 나누고 대안을 찾는 과정, <별의별 청년 이어말하기>의 마지막 시간 ‘장애인 청년’ 이어말하기가 24일 오후 7시 안산단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열려 현장을 찾았다.

 

<별의별 청년 이어말하기> 프로그램을 진행한 ‘평등평화세상 온다’ 임윤희 사무국장은 “장애를 가진 청년이 살아가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찾고자 하는 권리,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어떤 것들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 이어말하기를 통해 대안을 찾아보고, 이후 맞춤 정책과 제도를 제안하고자 한다.”며 취지를 설명했다.

 

그룹 인터뷰에는 안산에서 살고 있는 장애인 청년 4명이 참여해 이야기 나눴다. 첫 순서로 본인을 소개하며 하루 일과와 바라는 꿈이 있는지 서로 나눴다.

 

와동에 살고 있는 A씨(20대 초반)는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평소 야학에 참여하거나 장애인권 활동 캠페인에 참여한다고 전했다. 별일 없는 저녁시간에는 아는 사람들과 통화하거나 TV, 유튜브를 보기도 한다고 일상을 설명했다.

 

이어 A씨는 목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또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긴장되지만 자격증을 따서 사람들에게 무언가 알려주는 강사로 일해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부곡동에 살고 있는 B씨(30대 초반)는 뇌병변 장애 1급이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B씨는 아침에 일어나면 식사 대신 두유를 마시고, TV를 보다가 출근할 준비를 한다고 한다. ‘권리중심 일자리’라는 제도를 통해 오후 1시까지 출근해서 6시까지 일한다. 꿈은 따로 없고 몸 건강하고, 일자리를 가진 현재가 만족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동에 살고 있는 C씨(30대 후반)는 뇌병변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C씨의 일상은 장애인 야학에 가거나, 장애인 기관에 와서 일하고 장애인들의 불편함을 극복하기 위한 활동들을 한다고 한다. 또 보석십자수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사람들에게 본인이 좋아하는 십자수를 알려주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산에서 거주한지 30년 됐다는 D씨(30대 후반)는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D씨의 하루 일과는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를 받고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한 후 운동을 1시간 정도 한다. 그 이후에는 방송통신대학 강의를 듣고 시간이 남으면 인터넷 검색도 하고 신문도 본다고 일상을 소개했다.

 

D씨는 여러 가지 꿈이 있다고 전했다. 전문직종으로 재택근무를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고, 대학원에 가서 공부도 더 하고 싶고, 세계여행도 가고 싶다고 말했다. 방송통신대학에서 미디어영상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컴퓨터나 미디어 부분 일을 해보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음 이야기 주제로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 청년으로 살아가며 불편하거나 위험하고 어려운 점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장애인 청년들이 공통으로 우선 언급한 점은 ‘이동’에 대한 문제였다. 대부분 휠체어를 이용하는데 계단이나 턱이 있는 경우 이동을 전혀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시설을 통해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건물에서 엘리베이터에 문제가 생기거나 주차해 놓은 차들 때문에 설명하기도 힘든 불편을 겪고 있었다. 또 공유 자전거나 공유 킥보드를 무질서하게 주차하는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 현상은 비장애 시민들의 보행도 불편하게 한다는 평가가 많은데 장애인의 경우 아예 이동 자체를 막아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에서 확인할 수 있었듯이 대중교통 이용도 장애인 청년들에게는 남의 이야기였다. 너무 많은 비장애인들이 이용해 지하철역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도 어렵고,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거나 수리 중이면 아예 지하철을 이용할 수 조차 없는 것이다.

 

이어서 제기된 어려움은 일자리 문제였다. 노동시장 진입의 벽도 높고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으로 인해 장애인들이 직장을 그만두는 비율도 높다고 한다. 한 참가자는 “불편함은 겪어내면 되지만 ‘불가능’한 것은 다른 문제다. 노동시장에서 장애인은 배제되고 있고, 장애인이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장을 갖는 것이란 거의 불가능한 현실이다.”라고 말해 공감을 사기도 했다.

 

이어말하기 자리에 모인 장애인 청년들은 모두 ‘권리중심 일자리’를 통해 노동을 하고 있었다. 생소한 개념인 권리중심 일자리는 중증장애인의 권리에 중심을 둔 맞춤형 공공일자리로 장애계의 오랜 노력 끝에 2020년 서울시에서 최초로 도입된 정책이다. 한 참가자는 “이 정책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UN CRPD)에 명시된 권리를 알리고 권리가 이행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안산시에서도 경기도 차원으로 권리중심 일자리를 시행하고 있어 △장애인 권익옹호 △문화예술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 등의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최근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를 보수언론 등의 지적을 이유로 사실상 무력화해 논란이 되고 있다. 게다가 이어말하기 참가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권리중심 일자리 또한 지속적으로 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10개월씩만 채용하고, 그 인원도 적어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안산청년네트워크의 <별의별 청년 이어말하기>는 장애인 청년의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마무리됐다. 안산청년네트워크 관계자는 “이번 사업을 통해 다양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후에는 더 많은 안산 청년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 공론장을 열고자 한다.”며 계획을 밝혔다. 안산청년네트워크는 오는 11월 18일(토) 오후 2시 스페이스오즈 공간에서 <안산 청년들, 안녕한가요?>라는 프로그램을 개최한다. 안산에 거주하거나 활동하는 청년들이 모여 안산시 청년정책 5년을 돌아보기도 하고, 서로 응원할 수 있는 파티도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