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99 기자 |
‘4인 가구’가 표준이라는 기준은 옛말이 될 정도로 ‘1인 가구’는 이제 가장 많은 가구 형태가 됐다. 행정안전부의 조사(2021)에 따르면 전체 가구 가운데 약 40%가 1인 가구라고 한다. 1인 가구를 연령별로 분석해 보면 청년세대로 불리는 20대, 30대 1인 가구가 전체 32.2%를 차지하고 있다.
안산시(2021)도 총 293,259세대 중 32.8%에 달하는 세대가 1인 가구이며 이는 29.2%인 경기도 1인 가구 비율보다 높은 수치다. 안산시 20대, 30대 1인 가구 또한 전체의 32.2%의 비중으로 매우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런 사회적 변화에 따라 청년 정책하면 일자리 문제에만 치중했던 경향에 비해 최근 정부를 비롯해 주요 자치단체들이 앞 다투어 청년층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연구와 정책들을 제시하며 주거복지를 얘기하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정책의 주체이자 대상이 되어야 할 청년들의 고단한 삶이 정말 달라질 수 있는 정책과 사회의 노력이 추진되고 있는 것인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 기자말
안산 지역에서 10년 째 청년들의 고통을 대변하고 청년 정책을 제안해 온 안산청년네트워크에서 청년 당사자를 만나 내밀한 대화를 나누고 대안을 찾는 과정으로 <별의별 청년 이어말하기>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 현장을 찾았다. 지난 9월 26일 그 첫 번째 시간 ‘여성 청년’의 이어말하기에 이어 10월 10일 저녁 7시 안산 스페이스오즈에서 ‘주거독립 청년’의 이어말하기가 진행됐다.
<별의별 청년 이어말하기> 프로그램을 진행한 ‘평등평화세상 온다’ 임윤희 사무국장은 “안산시도 청년 1인 가구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정책 발굴은 여전히 미진한 상황”이라며, “다양한 1인 가구 청년들을 직접 만나 그들이 겪었던 어려움이나 참여했던 정책 등 전반적인 이야기를 듣고 이를 활용한 1인 가구 맞춤 주거 정책을 제안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룹 인터뷰에는 안산에서 주거 독립을 통해 1인 가구로 살고 있거나 최근까지 살았던 청년 5명이 참여했다. 첫 순서로 본인의 1인 가구로서의 주거 독립 경험을 서로 나누었다.
중앙동 오피스텔에 거주하고 있다고 소개한 A씨(20대 중반 여성)는 안산에서 1인 가구로 산지는 한 달쯤 지났다고 한다, 대학시절 4년 정도 다른 지역에서 자취를 했었고, 현재 독립을 원해 오피스텔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월세는 부모의 도움을 받고 있는 상황이며, 학생일 때는 정책에 대해 잘 몰랐는데 최근에는 알아보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최근 안산에 있는 본가에서 살고 있다는 직장인 B씨(30대 초반 여성)은 얼마 전까지 서울에서 5년 정도 1인 가구로 살았다고 소개했다. 5년 동안 총 세 곳의 집에서 살았는데 다가구주택의 반지하나 옥탑방이었다고 한다. 대출 부담을 느끼기 싫어 최대한 저렴한 곳을 찾은 결과였다.
청년 1인 가구로 살며 경험했던 정책은 서울시에서 ‘안심장비’를 지원한 것이었는데 이중잠금장치, 호루라기, 안심벨 등을 지급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돈을 아끼기 위해 선택했던 집에 햇빛이 잘 들지 않아 일조량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씁쓸하게 말하기도 했다.
본가는 수원인데 현재 안산대학교 근처에 살고 있다는 대학생 C씨(20대 초반 여성)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매입임대주택을 활용한 청년사회주택에 거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통학시간과 교통비도 절감하고, 집에서 독립해 자신의 온전한 삶을 살아보고 싶은 목표가 생겨 생활비 대출을 통해 집을 계약했다고 한다. 쿠팡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지만 독립생활의 만족도는 높다고 한다.
1인 가구 2년 차라고 밝힌 직장인 D씨(20대 후반 여성)는 경제적·정서적 독립을 위해 수원에 위치한 친구 집에서 살게 된 것이 처음 독립이었다고 한다. 그 이후 안산 사동에 있는 청년사회주택으로 이사해 살고 있는데 오래된 다가구주택을 리모델링해 기존 집을 4~5평 남짓 원룸으로 ‘쪼개기’해 놓은 구조라 좁고, 고장수리 요청에 대한 해결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며 힘든 점을 말하기도 했다.
이어 1인 가구로 독립해 살며 좋았던 점과 힘들고 불편했던 점에 대해 이어 말하는 시간을 가졌다.
A씨는 독립해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점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독립한 후 엄마랑 싸우지 않게 되어 오히려 사이가 좋아졌다고 말해 참가자들의 공감을 얻기도 했다. 한편 대학생 시절 살던 집에 도둑이 들었던 경험이 있어 모두가 놀라기도 했다. 그 이전에도 문을 두드리거나 도어락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리는 경우가 빈번해 두려움을 안고 살았었다고 한다. CCTV가 있어도 제 기능을 못하거나 관리인이 있어도 나서서 도와주지 않은 안전하지 못한 현실을 겪은 것이다.
B씨 또한 자유로운 삶을 누렸던 것이 좋았다고 했다. 하지만 주변 친구들을 보면 1인 가구로서 외롭고 혼자 사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B씨도 어느 날 집에 혼자 잠을 자고 있는데 누군가 비밀번호가 잠긴 문을 열고 들어온 적이 있다고 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집주인이 마스터키로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이다. 보일러 고장을 이유로 댔지만 당사자는 분명 위험에 노출된 것이고, 아무리 집주인이라도 마스터키로 세입자 집에 함부로 들어가는 것에 대해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제기했다.
C씨는 독립을 통해 새 출발 하는 계기가 되어 좋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처음이다 보니 무엇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힘들기도 해 주변 선배들을 통해 정보를 주로 얻었다고 소개했다. 또한 안전문제에 대해서도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D씨는 혼자 살며 한 인간으로서 내 삶을 산다는 느낌을 받아서 좋다고 설명했다. 생활 패턴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고 한편으로는 청소, 빨래, 옷 관리 등을 스스로 하며 생활의 경험과 지혜를 얻었다고 한다. 반면 심하게 아픈 적이 있는데 이때 가장 힘들었다고 전했다.
1인 가구 1년 차라고 소개한 E씨(30대 중반 남성)는 전세 형태로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독립하면서 침대, 식물 등 하고 싶은 대로 내가 집을 구성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정책이나 인식변화 등 청년 1인 가구를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해 이야기 나눴는데 A씨는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며 관리비를 받는 만큼 CCTV, 건물관리 및 보수 등이 잘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B씨는 정책 시행에 있어 지원받을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 부모 소득을 따지는 등 단순화시켜 추진되다보니 청년 문제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다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청년 및 신혼부부를 지원한다는 이유로 대출의 문턱을 낮추고 있는데 이것이 과연 좋은 제도인가 의문을 제기했다. 은행에서 대출받지 않아도 집을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대출을 권유해 오히려 주택 가격을 높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문했다.
C씨는 처음 독립하는 청년에 대한 다양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안했고, D씨는 청년주택은 왜 좁고 방음도 안 되는 이런 조건일까, 청년을 지원한다면서 청년이기에 이럴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E씨는 스스로 혼자 사는 것에 대한 자각을 하고 건강도 마음도 스스로를 잘 챙기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 1인 가구에서 혼자 감당하기 힘든 식재료 공동구매 등의 의견을 내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서로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앞서 나눈 청년 1인 가구의 어려운 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여전히 사회의 안정망과 다양한 정책이 필요함을 서로 공감했다. 한 참가자는 "1인 가구가 많아지고 있는데 독립해 살아가는 청년 개개인에게 모든 책임이 전가되고 있는 것 아닐까? 우리 사회가 위험으로부터의 안전 보장, 공동체로서의 안정 등을 집에서 벗어났으니 니가 책임져야지 하며 떠넘기는 것 아닌가 의문이 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별의별 청년 이어말하기는 오는 10월 24일 마지막 시간으로 '장애인 청년'이 모여 이야기 나눈다고 한다. 별의별 청년 이어말하기가 청년의 다양한 현실과 어려운 점을 거론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안을 찾기 위한 목소리도 낼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