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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독립을 향해 - 3.1 만세운동과 독립선언이 말해주는 것

<온다 칼럼> 윤유진(평등평화세상 온다 교육팀장)

뉴스99 |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며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손에 작은 태극기와 독립선언서를 든 150여 명의 아이들과 어른들이 수암동 거리를 행진했다. 3.1만세운동 104주년 기념 <안산 만세길 걷기>(6.15안산본부, 안산지역사연구소 주최) 현장의 풍경이다. 

 

만세길을 함께 걸었던 호동초등학교 6학년 조은호 군은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싸우지 말고, 빨갱이라고 욕하지 말고, 남북이 빨리 통일했으면 좋겠어요. 힘들게 독립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끼리 서로 싸우면 독립운동가들이 너무 슬플 것 같아요.” 일제강점기 조선의 독립을 염원했던 선조들의 마음을 깊이 공감하고 지금의 현실을 꿰뚫어 본 소년의 통찰이 놀라웠다. 

 

이 날 모인 참가자들과 3.1독립선언서를 함께 읽으며 식민지 조선의 민중들이 목숨을 걸고 이루고자 했던 ‘조선의 독립’이 어떤 모습이었을지 떠올려 보았다. 

 

‘우리는 오늘 조선이 독립한 나라이며, 조선인이 이 나라의 주인임을 선언한다.

우리는 이를 세계 모든 나라에 알려 인류가 모두 평등하다는 큰 뜻을 분명히 하고,

우리 후손이 민족 스스로 살아갈 정당한 권리를 영원히 누리게 할 것이다.’ 

 

‘아, 그동안 쌓인 억울함을 떨쳐 내려면, 지금의 고통을 벗어던지려면,

앞으로 닥쳐올 위협을 없애 버리려면, (…) 우리 가여운 자녀에게 고통스러운 유산 대신 완전한 행복을 주려면, 우리에게 가장 급한 일은 민족의 독립을 확실하게 하는 것이다.’ 

 

- 쉽고 바르게 읽는 3.1 독립선언서 - 

 

선조들은 차별과 억압 없이 스스로가 주인이 되는 나라, 우리 민족이 평등하고 자유롭게 사는 나라, 후손들이 고통과 위협 없이 행복하게 사는 나라를 염원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모습은 독립선언이 꿈꾸던 모습과 얼마나 가까워졌을까? 

 

대한민국은 세계 경제 순위 10위권을 넘나드는 부국이지만, 사람들이 사는 모습은 메마르기가 이를 데 없다. 

 

얼마 전에 만난 이십대 청년은 교묘한 수법으로 사장에게 임금을 떼이고 체불 당하면서 일하고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CCTV로 업무를 감시하며 아무 때고 카톡을 보내 업무지시를 한다고 했다. 다른 알바를 구해보면 어떻냐는 말에 그는 ”어차피 다른 데도 똑같거나 더 안 좋을 게 뻔한데 그냥 버티는 게 낫다"고 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알바를 해온 그는 한국을 떠나고 싶다고 했다.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사람 열에 여섯은 ‘탈조선’을 꿈꾼다고 한다. 세계 최저 출생률의 나라. 세계 최고 자살률의 나라. 청년들의 꿈이 ‘탈조선’인 나라. 우린 어쩌다 이런 세상에서 살게 된 걸까? 

 

그 근원은 74년째 지속되고 있는 전쟁과 분단상태에서 찾을 수 있다. 

 

70년 넘게 이어진 한반도의 전쟁과 남북의 대립 과정에서 대한민국은 심각한 노동후진국이 되어 버렸다. (알다시피 북한은 ‘노동’당이 운영하는 국가다.) 이 나라 권력자들은 노동자들의 당연한 권리 요구를 ‘빨갱이 짓’으로 매도하고, 그것도 모자라 노동조합 활동에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탄압을 일삼는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노동자의 권리가 극도로 위축된 노동후진국, 인권후진국, 극우정치의 나라다. 그러니 청년들이 이 나라에서 일하며 사는 삶을 버티지 못하고 ‘탈조선’을 꿈꿀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세를 외쳤던 민중들이 열망했던 자주독립국, 행복한 삶에서 우리는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 과연 우리가 ‘독립했다’고 볼 수 있는 걸까. 

 

사람들의 삶의 질 뿐만 아니라 외교와 역사, 국방에 있어서도 우리가 독립국인지 의심스러운 상황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3.1절 기념 연설에서조차 조선의 잘못으로 국권을 상실했다는 둥 가해자 논리로 국민들에게 모욕감을 줬다. 이것도 모자라 정당한 사과와 배상을 받기 위해 30년 넘게 싸워온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일본측의 사과도 배상도 없이 한국 기업에게서 돈을 받으라며 강요하고 나섰다. 가해국 일본의 책임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도 없이, 윤 정부는 일본과의 파트너십, 한미일동맹 옹호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게다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극에 달한 지금, 북한을 남한의 ‘주적’으로 표기하고 미국과 일본의 전략무기를 동원해 한반도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이려 하고 있다.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일본에 관계 개선을 애원하는 굴욕외교, 미국, 일본이라는 외세를 동원해 같은 민족에 대한 전쟁을 연습하는 종속적·비평화적 안보. 자주독립과 평화를 꿈꿨던 3.1운동의 염원에서 우리는 얼마나 멀리 반대로 왔나. 만세길에서 만난 소년의 말처럼 독립운동가들이 지금 우리의 모습을 본다면 너무 슬플 것 같다. 

 

1919년 봄, 선조들은 일제의 식민지배와 억압 속에서 목숨을 걸고 ‘독립’을 외쳤다. 더 이상 고통 받지 않는 새 세상을 꿈꾸며, 그 미래를 현재 시제로 담은 글로써 조선과 조선사람의 완전한 ‘독립’을 선언했다. 

 

항일 만세운동 104주년의 시점에서 우리가 돌아봐야 할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말처럼 “세계사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고통 받았던 과거”가 아니다. 우리가 되새기고 점검해야 할 것은 우리가 이루고자 했던 진정한 ‘독립’에 스스로 얼마나 가까워지고 있는가다. 

 

우리는 자주롭고 평화로운가.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고 있나. 그런 세상을 앞당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질문하고 성찰하며, 선조들이 앞당겨 선언한 ‘독립’을 우리의 현실로 힘껏 만들어 가자. 그 길에서 우리는 원한 적 없던 오랜 전쟁과 분단상황을 끝내고 모두가 자신의 주인으로 살 수 있는 완전한 독립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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