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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해도 소용없다

<온다 칼럼> 김효진(평등평화세상 온다 회원)

뉴스99 |

 

최근 동성부부에 관한 뉴스가 하나 보도된 바 있다. 바로 동성 부부의 건강보험 자격을 첫번째로 인정하는 사례가 등장한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한 동성 부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일이 있었다. 당시 법률상 ‘부부’는 남녀의 결합만을 의미하기 때문에 동성부부는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를 두고 동성부부는 국민건강보험 공단을 행정소송 걸었다. 1심에서는 동성 커플은 사실혼 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2심에서는 공단이 단지 성적지향을 이유로 차별대우 했다고 보았다. 아울러 건강보험은 사실혼관계나 혼인관계가 아닌 부양의무를 따져야 한다며 동성부부의 건강보험 자격을 인정했다. 건강보험공단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재심을 요구한 상태로,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해당 뉴스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기억에 강하게 남는다. 한국은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없다. 2020년도에 실시한 한국행정연구원 사회통합실태조사 결과, ‘성소수자를 집단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응답은 57%를 차지했다. 이를 증명하듯 해당 뉴스의 댓글에서도 적지 않은 성소수자 혐오적인 내용을 찾아볼 수 있었다. 이러한 반응을 보며 한 가지 말이 떠올랐다. ‘미워해도 소용없어’ 언젠가 성소수자 혐오 반대 캠페인에서 본 문구였다. 미워해도 소용없다. 성소수자는 이미 존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인정을 하든 안 하든 그들은 존재한다. 그들은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한다. 그런데도 여전히 그들을 배척하고, 인정하려 하지 않고, 나아가 혐오하는 일은 그저 소모적인 일이 아닌가 싶다. 

 

사회가 많이 달라졌다. 이제 남성과 여성의 결합만을 커플이나 부부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아울러 사회의 변화에 따라 가족의 형태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사회는 지금 가족형태나 사랑의 형태 등에 대한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비단 한국사회뿐만 아니라 전세계 대부분이 겪는 일이다. 그렇다면 국제적으로는 이를 어떻게 대하고 있을까? 많은 국가들이 이러한 변화를 맞아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는 1999년도부터 시민연대계약(Pacte Civil de Solidarite, PACS) 제도를 도입해 결혼과 비슷한 지위의 법적 보장을 해왔다. 아울러 지난 2019년도 대만에서 동성혼 합법화에 관한 찬반논쟁이 있었으며, 결국 동성 간 시민결합을 인정하는 제도를 도입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2022년 도쿄에서 동성 파트너십 제도를 도입해 동성커플을 법적으로 인정해주었다. 아울러 이미 여러 나라에서 동성혼을 합법화하거나 그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즉 국제적으로는 이미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인정하기 위해 새로운 제도들을 도입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변화는 부정한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국내에서는 경직된 사회적 인식과 법률제도로 상처받는 이들이 있다. 국외에서는 변화에 맞추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거나 그에 관한 논의를 하는 등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변화란 이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영역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저 생소하다는 이유로,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하고 혐오하는 것이 정말 옳은 일일까? 그것보다는 이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어떻게 하면 다같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더 유의미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 혐오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아무리 댓글창에 혐오 가득한 댓글을 써봐야 세상의 변화를 막을 수는 없다. 

 

혐오는 마음과 사회를 갉아먹는다. 더욱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혐오는 다같이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세상을 만드는 일을 저해할 뿐이다. 그런 혐오는 당장 그만 두는 것이 자신에게도, 다른 모두에게도 좋은 일 아닐까 싶다. 혐오해도 소용없다. 세상은 계속 변화할테고, 받아들이지 못하면 결국 고립되는 것은 혐오하는 본인 뿐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