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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일쌤의 99℃> 배움이 있는 곳에 좋은 사람이 머문다.

청소년열정공간99℃ 책임교사 김부일

뉴스99 |

 

내게는 좋은 사람들이 있다.

내가 길을 잃을 때 길잡이가 되어주는 사람이 있고 내가 태만할 때 따끔하게 자극을 주는 사람이 있다. 나이, 직업, 성별에 상관없이 내게 영감을 주거나 새로운 것을 깨닫게 해 주는 이들이 내 곁에 있다.

 

스무 살이 되었을 때다. 입시에서 해방된 자유를 막무가내로 누렸던? 내게 운명처럼 한 선배가 다가왔다. 당당함과 따뜻함을 가진 선배가 총학생회 선거 준비를 하자고 제안하니 앞뒤 잴 필요도 없이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그때부터 내 곁에는 좋은 사람들이 한 명, 두 명 점점 늘어났고 내 삶은 바뀌기 시작했다. 무엇을 배워도 흥미로웠고 함께한다는 것만으로 신나고 즐거웠다. 사람들 속에서 이야기하고 하고 싶은 일, 해야만 하는 일을 해냈던 순간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 과정에 배움이 있었다. 사람이 무엇인지 내가 사는 나라의 현실과 지나온 역사를 공부하고 토론하면서 세상과 사람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시대를 읽게 되면서 이해할 수 없었던, 그래서 미워했던 부모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여유도 생겼다. 자신감 없고 어두웠던 마음도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밤새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앞날을 기대하고 계획하면서 피곤한 줄 몰랐던 그때 그 시절은 가난해도 당당했고 행복했다. 사람이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고 그렇게 나의 20대는 가진 것은 없어도 반짝이는 삶이었다.

사람을 잘 믿는다고 걱정도 들었지만, 그동안 내가 좋아하고 믿었던 사람들과 겪었던 일들이 자금까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러니 내게는 좋은 사람 보는 능력이 있는 셈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좋은 사람이 있는 곳에 가야 한다.

문턱이 낮고 배움이 있고 따뜻한 이야기가 흐르는 곳이면 좋겠다.

여럿이 함께 어울리고 다름을 존중하는 사람들이 모였다면 더 말할 게 뭐 있겠나.

세상이 어수선하다. 팍팍한 삶을 살아 내느라 외로운 이들, 혼자만의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그래서 믿을 건 자신밖에 없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서로 채우고 나누며 살아야 부족한 틈을 메우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힘을 합쳐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함께 배우고 성장해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안산청년학교를 열게 된 것도 배움으로 좋은 사람들이 만나기 위함이다.

또래 청년들이 모여 나도 있고 너도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자신이 배운 것을 전하는 선배 어른을 만나는 일도 특별하지 않은가. 배움으로 서로 연결되고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지 세상에 끝없는 질문을 던지며 생각을 움직여보는 시간은 소중하다. 배움의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배워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고 분명하다.

내 생각을 가지기 위해서다.

세상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입장을 세워야 하는지 알기 위함이다.

그래야 누군가 반복적으로 주입하는 왜곡된 정보와 무책임한 말의 홍수 속에서 방향을 잃지 않고 헤엄쳐 나를 지킬 수 있다.

 

배움의 공간에서는 좋은 벗이 생긴다.

함께 배우고 나누며 다양한 생각을 공유하고 혼자 가졌던 희미한 생각이 분명해지는 순간과 만나면 서로 가까워지게 된다. 이런 사이가 좋은 벗이다.

앞으로도 청년들이 배움의 공간에서 좋은 벗과 성장하는 경험을 누렸으면 한다.

청년들이 열어가는 배움의 세상, 2023년에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