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6 (화)

  • 서울 3.2℃
  • 흐림수원 3.7℃
기상청 제공

시민사회

“안산 시민들이 선감학원 문제 함께 할 마중물 될 것”

선감학원 치유와 화해를 위한 안산시민네트워크 발족 및 1차 대표자회의 개최

뉴스99 기자 |

 

1942년 5월 개원해 1982년 10월에 이르기까지 40여 년 동안 소위 ‘부랑아’라는 이름으로 4,600명이 넘는 아동들을 구금하고 인권을 유린했던 ‘선감학원’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시민들의 움직임이 있어 주목된다.

 

선감학원 역사의 흔적이 존재하는 대부도가 소속된 안산 지역 시민사회가 12일 오후 4시 대표자회의를 개최해 ‘선감학원 치유와 화해를 위한 안산시민네트워크’(이하 선감학원 안산시민네트워크)의 발족을 알렸다.

 

안산 지역 시민사회단체, 사회적경제 조직, 사회복지단체, 종교단체 등 다양한 영역의 43개 단체가 선감학원 안산시민네트워크 이름으로 함께 한다. 이들은 1차 대표자회의를 통해 강신하 한겨레평화통일포럼 이사장(상임대표), 박선미 생태관광사회적협동조합 지지네이쳐 이사장을 공동대표로 추대하고, 2023년 추진해 나갈 사업계획을 논의, 의결했다.

 

선감학원 안산시민네트워크는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사건에 대해 안산 시민들이 함께 기억하고 문제해결에 나설 수 있도록 다양한 시민참여 활동을 추진할 것, 사건 해결을 위해 행정과 정치권의 역할과 책임을 촉구‧감시하는 역할을 다할 것을 공동의 목표로 결정했다. 그 목표에 따라 선감학원 인권기행, 조례제정 추진, 문화제 개최, 교육사업, 토론회 및 간담회, 여론 사업 등 추진해 나갈 주요 사업들을 결정했다.

 

 

참가자들은 발족선언문 채택을 통해 “안산지역사회 성원들은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넘어 생명과 안전, 인권이 꽃피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번 선감학원 안산시민네트워크 출범은 우리 사회가 생명‧인권사회로 나아가는데 한걸음 더 내딛는 일이며,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인권을 존엄하게 대해야하는 책임이 있음을 다시 한 번 선언하는 일이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또 “권위주의 시대 국가에 의해서 자행되었던 끔찍한 역사를 기억하고, 다시는 사람의 생명과 인권이 경시되는 과거로 회귀하기 않기 위해 다짐하고 실천하겠다.”, “피해자 곁에서 함께 하며 더 많은 시민들이 ‘선감학원’ 문제 해결에 공감하고, 함께 나설 수 있도록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한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는 지난 해 10월 선감학원 운영과정에서 총체적 아동인권침해가 발생했던 것에 대해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그리고 특별법을 제정해 피해자들에 신체적, 정신적 회복을 돕는 등의 권고 사항을 담은 결정문을 관련된 각 기관에 보내기도 했다.

 

진화위 발표 직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공식사과를 하고, 경기도 차원으로 피해자들에게 처음으로 위로금을 지급하는 등 본격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애초 사건 당시 공권력의 중심이었던 중앙정부는 아직 지원은커녕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발족선언문 전문]

 

<선감학원 치유와 화해를 위한 안산시민네트워크> 발족선언문

 

1942년 5월 일제강점기 시대에 개원하여 1982년 10월에 이르기까지 40여년의 시간동안 소위 ‘부랑아’라는 이름으로 4600명이 넘는 아동들을 구금하고 강제노역으로 노동력을 착취하며 구타와 폭언, 성폭력 등을 자행하며 인권을 유린했던 ‘선감학원’의 아픈 역사가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는 지난 10월 ‘선감학원’ 운영과정에서 총체적 아동인권침해가 발생했던 것에 대해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을 권고하였습니다. 특별법을 제정해 피해자들에 신체적, 정신적 회복을 돕는 등의 권고 사항을 담은 결정문을 관련된 각 기관에 보냈습니다.

 

진화위의 발표 직후 당시 선감학원의 운영주체였던 경기도지사가 관련하여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후속조치를 마련하는 등 과거사 정리를 위한 일련의 행보들을 취하고 있지만 미진한 상태이며, 권고를 받은 여러 국가기관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별다른 후속 조치가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선감학원’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안산에서부터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연대하며 ‘선감학원’의 아픔을 치유하고 화해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정부를 비롯하여 ‘선감학원’ 운영과 관리에 책임을 가진 각 기관들이 반성과 사과, 그에 따른 후속조치들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공감대, 정부를 향한 따끔한 목소리, 때로는 호소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선감학원’에서 비참한 죽음을 맞았지만, 시신조차 거둘 수 없었던 아동들이 대부도 창작센터 옆 공터에 150구(추정)가 매장되어 있습니다. 선감학원에서 어린 시절 학대의 아픔을 간직하고 어렵게 삶을 지탱하는 시민들이 이웃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소년들, 상처받은 시민들의 아픔을 그대로 방치하고 우리 사회의 인권을, 생명안전을, 미래를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안산지역사회 성원들은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넘어 생명과 안전, 인권이 꽃피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번 ‘선감학원 치유와 화해를 위한 안산시민네트워크’의 출범은 우리 사회가 생명·인권사회로 나아가는데 한걸음 더 내딛는 일이며,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인권을 존엄하게 대해야하는 책임이 있음을 다시 한 번 선언하는 일입니다.

 

오늘 우리는 ‘선감학원 치유와 화해를 위한 안산시민네트워크’를 발족합니다. 권위주의 시대에 국가에 의해서 자행되었던 끔찍한 역사를 기억하고, 다시는 사람의 생명과 인권이 경시되는 과거로 회귀하기 않기 위해 다짐하고 실천하고자 합니다. 피해자분들의 곁에서 함께 웃고, 울며, 손잡고 나아가고자 합니다. 더 많은 시민들이 ‘선감학원’ 문제 해결에 공감하고, 함께 나설 수 있도록 마중물이 되겠습니다.

 

 

2023년 1월 12일

 

선감학원 치유와 화해를 위한 안산시민네크워크

발족식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