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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온다 칼럼> 윤유진(평등평화세상 온다 교육팀장)

뉴스99 |

 

국가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서 158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는 이 믿을 수 없는 일을 두 눈으로 목격했다. 믿을 수 없는 일은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국가가 하지 말아야 될 일을 해서, 우리의 목숨을 위험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후보 때부터 ‘북한 선제타격’을 운운하던 윤석열은 대통령이 되고 나서 대규모 한미 군사훈련을 끊임없이 진행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크게 늘었다. 11월 들어서만 6번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이 왜 자꾸만 미사일을 발사할까? 기울어진 언론에서는 전후 맥락을 알려주지 않는다.

 

북한이 ICBM을 포함해 35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던 10월 31일~11월 5일, 한반도 상공에는 수백 대의 전투기가 날고 있었다. 한국과 미국이 240대의 전투기를 동원해 북한의 거점 수백 곳을 폭격하는 훈련(‘비질런트 스톰’)을 진행한 것이다. 이 훈련에는 핵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 미국의 전략폭격기도 참여했다.

 

한반도 상공에서 이런 훈련이 진행되는데 북한의 반응은 어떨까. 처음에는 규탄 담화와 경고 담화를 발표했다. 그래도 한미가 훈련을 멈추지 않자 11월 2일부터는 미사일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미연합 공중훈련과 짝으로 발생한 사건이다.

 

지난 9월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한미연합 해상훈련을 위해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이 부산항으로 들어왔다. 북한이 반발했지만 한-미는 훈련을 진행했고, 북한은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응수했다.

 

한미가 연합군사훈련을 진행하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남북 간에 상호 도발과 군사행동이 계속되면서 한반도의 대치상황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남북관계가 ‘강대 강’의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이렇게 혼란한 틈을 타 한국과 일본의 군사동맹도 야금야금 추진되고 있다. 9월 30일, 일본 해상자위대가 독도 인근에서 한-미와 함께 군사훈련을 했다. 사실상 한미일 군사훈련이다. 식민 지배 역사에 대해 사죄도 하지 않고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과 우리가 군사훈련을 같이 한다니 말이 되는가. 하지만 말이 안 되는 일이 벌써 일어났고, 이를 통해 일본이 군사적으로 한반도에 개입할 수 있는 구실이 마련되고 있다.

 

이렇게 우리 공동체의 운명이 흔들리고 있는데, 우리 사회는 놀라울 만큼 이 문제에 무심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21세기 핵보유국에도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전세계가 목격하고 있다. 그런데 가장 전쟁위험이 높은 국가인 한국은 사회 전체가 전쟁불감증에 빠져 있다.

 

언론에서는 북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단편적으로 보도할 뿐, 원인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나 남북이 경쟁하듯 군사행동을 이어가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도하지 않는다. 정치인들도 현 정부가 우리 국민의 목숨을 걸고 군사적 도박을 하는 것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전쟁 위기는 코앞까지 다가와 버렸다.

 

대치가 계속되면 작은 불씨도 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쏟아서 남북관계의 긴장을 완화시켜야 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정부가 앞뒤 생각 없이 무대뽀로 전쟁훈련을 밀어붙이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쟁이 일어나면 가장 고통받는 건 평범한 시민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결정을 권력자들에게 그냥 맡겨둘 수 없다. 한국은 정치 리더들보다 시민들이 지적 수준도 더 높다. 전쟁을 막고 우리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평화를 만들기 위해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우리가 제대로 알고, 평화를 위한 행동을 요구해야 한다.

 

지금 같은 전쟁훈련과 대결 정책으로 평화가 만들어질 것 같았으면 70년 동안 진작에 그렇게 되었어야 한다. 서로에 대한 공격훈련이 계속되어서는 절대로 평화가 오지 않는다. 적대행동은 오히려 전쟁을 불러온다.

 

아인슈타인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일도 없다.” 상대를 죽이는 전쟁연습을 계속하면서 이번에는 평화가 오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더 이상의 전쟁연습을 멈춰야 한다고, 우리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안 들린다면 크게, 더 크게 외쳐야 한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과의 전쟁에서 이긴 나라가 있다. 바로 베트남이다. 북베트남 인민들의 끈질긴 저항과 더불어, 전세계에서 반전과 평화를 외친 수많은 시민들의 힘으로 미국은 베트남전에서 패배를 인정하고 철수했다.

 

전쟁을 끝내는 힘은 이렇게 평범한 사람들에게 있다. 평화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올바른 인식과 목소리에서 평화는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한반도의 평화는 어디서 만들어질까?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한반도의 상황에 대해 바로 알고, 평화에 대해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권력자들은 시민들의 눈과 입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기회만 생기면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것을 막으려 한다. 집회를 막고, 시민단체들에 누명을 씌워 탄압하고, 심지어 주민들이 모여 쉬는 작은 도서관마저 닫으려 한다. 그런다고 우리가 눈 감고 입 닫을까?

 

우리는 더 크게 눈 뜨고, 더 크게 외칠 것이다.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전쟁을 부르는 군사행동 당장 멈춰라. 남북관계 대화로 풀어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