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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 자립청소년과 연대할 수 있는가?

조인희 (안산청년회 청년기후행동)

뉴스99 |

유나(가명)는 현재 특성화고 3학년에 재학 중이다. 그는 계부의 아동학대로 가정에서 분리 돼 홀로 고시원에서 지낸 지 한 달째다. 유나가 처음부터 고시원에서 지내게 된 건 아니었고 경찰에선 처음 자신을 거주지 인근의 보호시설에 연계해주었다. 그러나 소심하고 예민한 성격의 유나는 단체생활이 매우 힘들었다. 가정을 벗어난 건 좋았지만 마음이 맞지 않는 청소년들과 같은 방을 쓰며 지내야 하는 것도, 지켜야 할 생활규칙들이 많은 것도 혼자서 살 수만 있다면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니, 그는 만18세가 되기만을 기다렸다.

 

아동보호법에서 규정하는 ‘아동’은 만17세까지라 만18세가 되면 시설을 퇴소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시설 선생님들과 담당 경찰관은 그에게 시설에서의 생활을 권유하였지만 유나는 이미 ‘자립’으로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 유나는 가진 돈 30만원으로 학교 인근 고시원엘 등록했다. 특성화고로 저녁 시간이 자유롭기 때문에 패스트푸드 아르바이트도 구했다. 주말 포함 주 5일을 4시간씩 일하면 한 달에 80만원 남짓한 돈을 쥐게 된다.

 

그러나 유나가 생각했던 자유는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들었다. 식비와 휴대폰 요금, 고시원 비용을 빼고 나면 수중에 남는 돈이 별로 없었다. 특히 비좁고 꿉꿉한 냄새가 진동하는 고시원은 생각보다 답답했고 숨이 막혔다. 옆방에서 들리는 소음들로 인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유나는 타인의 소음만큼이나 자신도 타인에게 민폐가 될까 그곳에서 소리 없는 방문객처럼 지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가 끝나도 곧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그 주변을 배회하곤 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시설의 선생님을 통해 월세지원 사업에 선정된 것이다. 덕분에 고정적으로 나가는 고시원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다. 유나는 얼른 목돈을 마련하여 온전히 쉴 수 있는 자기만의 ‘방’을 구하고 바리스타 학원을 다닐 계획을 야심차게 세웠다. 물론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선 지금 당장은 이 좁은 고시원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야 한다.

 

위 이야기처럼 가정의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가정 밖 청소년’들은 만18세가 되면 대부분 시설에서 지내지 않고 갖가지 이유로 자립을 시작한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꿈꿨던 자유는 생계에 밀려 곧 현실이 되고 만다. 시설에서 청소년들을 만나는 필자는 사회복지사로서 많은 자립청소년들을 만나왔다.

 

기후위기의 심각성 앞에서 청소년들에게 ‘환경교육’을 진행하지만 특히나 자립청소년들과 환경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말문이 막히는 순간들이 많다. 당장의 생계가 막막한 청소년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물을 아끼자, 분리수거를 잘하자, 배달 음식을 줄여보자’ 고된 육체노동과 학업을 병행하는 청소년들에게 개인에게 요구되는 환경감수성은 높은 허들처럼 보인다.

 

또래의 가정청소년들이 경제적 지원을 받으며 비교적 걱정 없이 대학을 다닐 때 대학은커녕 알바에 허덕이는 청소년들에게 ‘패스트푸드점이나 고깃집은 육류사회를 조장하는 것이니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자’라는 말은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느끼는 필자로서도 함부로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자립청소년들에게 주어지는 일자리는 기후위기를 더 촉발시키는 일자리들뿐이며 그들에게 요구되는 기후 행동들은 배부른 소리이거나 이미 주어진 환경인 경우가 대다수다. 나는 이러한 현실에 때때로 무력감을 느끼곤 한다. 그럴 때마다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있는 청소년들을 한 번 더 생각해본다.

 

빈곤과 기후위기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꿈을 꾸는 청소년들에게 ‘우리’들은 청소년이 기후위기에 대해서 심각성을 느끼고 스스로 실천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고 그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주어야 한다. 청소년들이 연대할 수 있는 건강한 사회야 말로 기후위기를 막는 키포인트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