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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7일) 저녁, 투쟁 중인 한국와이퍼를 방문했다. 주말 저녁임에도 한국와이퍼 노동자 분들은 회사에 나와 공장 1층에 함께 모여 있었다. 사측이 주요 설비를 몰래 매각하고 철수하는 것을 막기 위해 현장을 지키고 있는 것이었다. 한 노동자 분에게 "많이 힘드시죠?" 물으니 "동지들과 함께 이야기도 나누고 영화도 보고 좋은 시간 보내고 있다"며 웃으셨다.
와이퍼 동지들의 밝은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수석부분회장님과 함께 둘러본 현장은 심란했다. 건물 입구는 보란 듯이 사슬을 걸어 자물쇠를 잠가 놓았고, 건물 내부는 노조 사무실로 가는 통로만 남겨두고 거대한 벽을 설치해 현장을 볼 수 없게 막아 두었다. 노조 사무실로 향하는 계단에는 빛이 들어오지 않아 휴대폰으로 불빛을 비추며 걸어야 했다. 게다가 원래 없었던 CCTV를 사측에서 곳곳에 설치해 노조원들을 감시하고 있다고 했다. 200명 넘는 인원이 굳건히 싸우고 있는 한국와이퍼 노조원들을 심리적으로 흔들기 위한 회사의 술책이었다.
지난해 7월, 회사는 모든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하기로 노조와 약속한 고용안정협약을 깨고 일방적으로 폐업청산을 발표했다. 고용유지 약속도, 회사의 매각·청산 시 노조와 반드시 합의하기로 한 약속도, 모두 싸그리 어겼다. 합의뿐 아니라 법도 어겼다. 불법으로 대체생산을 하고, 부당노동행위인 조기퇴직을 종용했다. 여기다 최근에는 사업을 '청산한다'고 거짓말을 하며 설비시스템만 DY오토라는 업체에 비밀 매각을 추진하는 정황이 드러났다. 고용승계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사업 매각을 청산으로 위장한 것이다. 몸 바쳐 일하던 '사람'은 버리고, 기계만 옮겨 와이퍼 사업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행정, 사법, 정치, 그 어디에서도 회사의 횡포는 통제받지 않고 있다. 본사인 일본 덴소가 이익은 다 빼돌리고 '먹튀' 하는데 막을 수 있는 법도 없고, 온갖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마지못해 특별근로감독을 했지만 아직까지 결과도 내놓지 않고 있다. 말도 안 되는 현실이다.
노동자 없이 와이퍼는 생산되지 않는다. 십여 년을 한결같이 와이퍼를 생산해 온 노동자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한국와이퍼가 지금까지 사업을 이어올 수 있었겠는가. 어떤 기업활동도 노동자 없이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서 노-사 관계는 너무나 일방적으로 기울어져 있다. 몸 바쳐 회사를 일군 노동자들을 기만하고 마음대로 일터를 없애려 하는 한국와이퍼처럼 노동자의 권리를 무시하고 노조를 파괴하는 경영이 무분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법과 제도를 강화해 자본을 통제하고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제2, 제3의 위장폐업이 이어질 것이고, 우리의 노동은 한없이 불안정해질 것이다.
정치의 무능과 시스템의 부재 속에서도 한국와이퍼 노동자들은 자신의 삶과 일터를 지키기 위한 투쟁을 굳건히 이어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와이퍼 공장에는 노동자들이 모여 앉아 함께 웃고 서로를 다독이며 현장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꺾이지 않는 마음은 이변을 만들어 낸다. 거대 외투자본과의 싸움에서 노동자가 승리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많은 이들의 관심과 지지가 있다면 가능한 일이다.
덴소자본의 위장청산에 맞서는 한국와이퍼 노동조합의 투쟁을 응원한다. 우리들의 연대와 지지로 한국와이퍼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켜내자!
[함께해주세요] 한국와이퍼 노동자 일자리 보장을 위한 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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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와이퍼 지지방문하기 (단원구 해안로 86)- 매주 수요일 저녁7시, 연대의날/작은문화제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