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99 기자 |
“이 화분 보면 생각나는 거 없니?”
“어 어 어 뭐더라. 저 노란 꽃 화분”
“너희들 4월 16일이 무슨 날인지 아니?”
분식집 앞을 지나다가 귀에 꽂힌 숫자 4.16 이 들리자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쫑긋해진다. 분식집 사장님이 어린이 손님에게 며칠 전에 받은 노란 화분을 보여주며 망설임 없이 툭 세월호참사 이야기를 꺼내셨다. 그날은 슬픈 날이었고 8년이 지났지만, 우리가 알고 있어야 한다는 짧은 이야기였다. 떡볶이를 사러 온 어린이들에게 꽃으로 말을 건네는 분식집 사장님을 보며 며칠 전 99℃ 청소년들과 노란 화분 나누기를 했던 일이 떠올랐다.
노란 화분 나눔 하는 날.
비가 내리고 쌀쌀했지만
노란 화분을 건네는 마음과 받는 마음은 정다웠다.
슬픔도 함께 나누면 견딜만하다고 했다.
기억했으면 하는 마음, 잠시 잊었다가 기억을 꺼내려니 미안한 마음에 잠시 복잡한 표정을 짓는 어른들.
청소년이 건넨 노란 화분이 살짝 닫혀있던 어른들의 마음을 열었다.
평소에 마을 기록을 위해 사진을 찍었으면 한다고 말씀드려도 한사코 거부했던 분식집 사장님도 노란 화분을 받아들고 활짝 웃으며 청소년들에게 “예쁘게 찍어줘” 하신다.
가게마다 화분을 건네고 온 청소년들에게 기분이 어땠냐고 물으니
“왠지 뿌듯했어요. 뭔가 한 것 같고 어른들이 화분을 받으면서 왜 노란 화분을 나누는지 아시는 것 같았어요.”
어른들에게 “고마워”라는 말을 여러 번 들으며 청소년들의 마음도 쫙 펴졌던 날.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면 웃음이 따라오고 고맙다는 따뜻한 말까지 오가니 청소년들의 뿌듯함이 한껏 올라간다. 어른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청소년들의 눈이 반짝였다. 그 순간 짓는 표정이 참 맑고 예쁘다.
코로나 시대가 부여한 거리 두기가 당연한 요즘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고 무언가 전달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노란 화분을 들고 우르르 나타난 청소년들에게 활짝 웃어주고 사진 찍는 것도 흔쾌히 응하는 골목 가게 사장님들을 보며 다행이다 싶었다.
꽃이 전하는 부드러움 때문인지 코로나가 심할 때 청소년들이 전해준 도시락을 기억해서인지 알 수 없으나 중요한 건 이웃들과 기억을 나눴다는 것이다. 그것도 골목을 지나는 어린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 가게 사장님들까지.
누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짐작할 수 없는 이웃들에게 노란 화분 하나 건네고 새로운 마음과 만났다. 화분을 받아 든 분들은 눈빛으로, 분식집 사장님은 어린이 손님에게 노란색 꽃이 담고 있는 의미를 설명해주는 이야기로 마음을 알게 됐다.
기억이 꽃이 되어 사람들 마음에 가닿았던 날
우리 함께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