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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총선에 대해 생각한다.

이경원 안산더좋은사회연구소 소장 |

 

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막을 내렸다. 총선 결과 지역구에서 당선된 의석수는 국민의힘 90석, 더불어민주당 161석, 진보당 1석, 새로운미래 1석, 개혁신당 1석이다. 비례대표로 선출된 의석 수는 국민의미래 18석, 더불러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2석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미래를 흡수 합당하기로 했으니 108석이 되었다. 더불어민주연합은 여러 정당의 합의를 통해 만들어졌는데 총선이 끝나면서 각각의 정당으로 돌아가기로 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171석이 되었고, 진보당 3석, 새진보연합 1석, 사회민주당 1석이 되었다. 종합해 보면 더불어민주당 171석, 국민의힘 108석, 조국혁신당 12석, 진보당 3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새진보연합 1석, 사회민주당 1석이 되었다.

 

이번 총선의 의미를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심판이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민은 언제든지 잘못하는 정권에 대해 심판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이다.

윤석열 정권의 불통과 옹고집, 검찰독재, 한미동맹 속에서의 예속의 심화와 전쟁 위기의 고조, 그로 인한 대외경제의 불균형과 경제 파탄 등 총체적 위기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총선 결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이번 총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16년 촛불혁명으로 박근혜 정권을 끌어내렸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갈망했던 시민들은 문재인 정권의 무능에 대해 지지를 거둬들였다. 그 결과가 윤석열 괴물정권으로 나타났지만 2년이 지난 총선에서 다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함으로써 언제든 권력에 대한 심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그런데 문제는 심판의 결과가 국민의 지향을 담아내지 못하는 데 있다.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이 ‘적폐 청산’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외쳤지만 대한민국은 그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렸으나 다시 윤석열 정권으로 돌아왔다. 그 원인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비롯되고 있다.

첫째는 지금의 선거법으로는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너무도 제한되어 있다는 데 있다. 소선거구제에 비례대표의 독점적 선거제도는 거대 양당 구조를 굳건하게 구축하였다. 이로 인해 국민이 자신의 정치적 지향에 따라 정당을 선택할 수 없게 되면서 심판이라는 의미는 양당 사이의 권력관계로 전락했다.

둘째는 분단체제는 정치를 기형적으로 만들었는데 양당 구조는 극단적 수구 정당과 가장 보수적인 정당 사이의 세력 관계를 나타냅니다. 이러한 관계는 분단체제에서 수구 정당은 보수정당의 탈을 쓰고 보수정당은 진보정당인 척 흉내를 내게 된다. 그 아래에서 진보정당은 친북이니 종북이니 하는 색깔론에 휩싸여 성장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정치체제는 정치를 낙후시키고 협잡꾼들이 판을 치게 된다.

 

이번 총선이 2016년 촛불항쟁의 연장으로 본다면 촛불혁명은 여전히 진형형이라고 할 수 있다. 박근혜 정권에서 윤석열 정권에 이르기까지 8년간 세 번에 걸쳐 심판하는 위대한 시민정신을 보여 주고 있다고 할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나라냐!’라고 외쳤던 시민들의 함성은 여전히 먼 길이다. 촛불항쟁이 촛불혁명으로 완성되려면 두 가지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는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 개헌을 하든 선거법을 바꾸던 민의가 반영되는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시민들의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선거가 되고, 그래야만 정책선거가 될 수 있다.

둘째는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더불어민주연합의 국민후보로 선출된 후보가 한미전쟁연습반대 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성주 사드 배치 반대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후보를 사퇴해야 하는 참담한 일이 벌어졌다. 그렇다면 한미연합전쟁연습을 반대하고 사드 기지를 반대하는 정당은 후보도 내지 말라는 말인가.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이 분단체제에서 얼마나 기형적이고 얼마나 국민들의 요구와 동떨어져 있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다.

 

국민들은 윤석열 정권의 검찰을 앞세운 조폭정치, 역사의식과 철학이 없이 국민의 자존을 떨어뜨리는 앞잡이 정치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적폐를 청산하고 분단 극복과 호혜평등의 사회로 나가기 위한 강력한 정치력을 발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것이 조국혁신당에 대한 지지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은 적폐청산에 대한 강력한 의지, 미래에 대한 선명한 상, 변화 발전과 자존에 대한 확신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기대에 화답할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하다. 대한민국의 분단체제와 정치제도는 이를 쉽게 열어주지 않는다. 여기에는 엄청난 힘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지금은 지난날의 촛불항쟁과는 또 다른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너와 나, 너네와 우리를 따지고 가를 때가 아니다. 크게 단결하고 큰 그릇을 만들어 시대를 이끌 힘을 갖춰나가야 한다. 그 속에 정치개혁도 있고 새로운 대한민국도 있다. 윤석열 심판에 도취되지 말고 새 시대를 향해 마음을 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