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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건설노동자 대상 설문조사, 응답자 40% "심각한 ‘우울 증상…매우 위태로운 상태"

<현장> 건설노조 탄압 이후 노동실태조사 보고회 및 건설노동자 노동권 회복을 위한 토론회

뉴스99 기자 |

 

건설노조 경기중서부건설지부 등 안산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결성한 ‘건설노조 공안탄압 안산시민사회공동대책위’가 지난 7월 25일 안산시의회 대회의실에서 ‘건설노조 탄압이후 노동실태조사 보고회 및 건설노동자 노동권 회복을 위한 토론회’를 진행했다.

 

윤석열 정부의 ‘건폭(건설현장 폭력행위) 몰이’ 이후 건설노동자들의 고용과 임금을 비롯한 노동조건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조할 권리가 건설현장에서 불법으로 낙인찍히면서 그동안 건설노조가 교섭과 단협을 통해 보장받았던 권리들은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일터 안에서 빼앗긴 권리는 일터 밖 노동자들의 삶에도 악영향을 미쳤고, 이 같은 실태는 경기 중서부지역의 건설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를 통해서도 여실히 확인되고 있다.

 

안산시민사회공동대책위는 건설노조 탄압 이후 건설 현장의 변화 양상을 묻는 조합원 설문조사(건설노조 경기중서부건설지부 조합원 368명)를 지난 3월 25일부터 4월 8일까지 실시한 데 이어, 각자의 구체적인 경험과 인식에 대한 심층면접조사를 29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4월 18일부터 6월 13일까지 진행해 발표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중 294명(80%)은 이번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 이후 현장 노동강도가 ‘매우 혹은 심각하게’ 높아졌다고 응답했다. 임금수준이 이전과 동일하지 않고, 축소됐다는 응답자는 273명(74%)으로 집계됐다.

 

발표에 나선 두리공감 장경희 활동가는 “어느 한 가지만 후퇴한 것이 아니라 노동강도, 노동시간, 임금, 안전, 인권, 복지 등 모든 부분이 나빠졌다.”며 “안산시는 위기 상황에 놓인 건설노동자의 심리치유를 위해 지금 당장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월담노조 임용현 사무국장이 발표한 심층면접조사 결과를 보면 건설노동자들은 노동조건뿐만 아니라, 가족‧대인관계‧지역사회 등 다양한 공동체 관계 속에서도 심각한 곤경과 고통에 처해 있음이 드러났다.

 

노동강도는 강화됐고, 휴게시간이 줄어들면서 실질 노동시간은 늘어났다고 한다. 임금이 하락한 것은 물론 화장실, 탈의실 등 기본적인 권리조차도 지켜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노동자들은 땀범벅이 된 옷조차 갈아입을 곳이 없어서 공원 주차장에서 갈아입는다고 한다.

 

게다가 건설 현장 불법 다단계 하도급도 늘었다. 건설공사는 원칙대로라면 공사를 맡기는 시공사(원청사)와 실제 공사를 하는 시행사(하청사)로만 이뤄져야 하지만 불법적 다단계 하도급이 그야말로 ‘난립’ 수준이라고 한다.

 

그리고 건설 산업은 산업재해 발생률이 높은데 2023년 한해에만 356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건설 현장 중대재해 유형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추락’이고, 이어 물체에 맞거나, 부딪히는 경우라고 한다. 아주 기본적인 안전보호구 지급이나 안전 설비만 갖춰져 있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들이지만 많은 현장에서 안전모조차도 지급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라고 한다. 하거나 조합원 신분을 숨겨야 했다. 건설노조 조합원 중에서도 특정 지역 노동자를 배제하는 사례도 있었다. 안산지역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안산 목수는 다 조합원이다’라는 인식이 퍼져 있었고, 되도록이면 고용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더 심각한 것은 노동조합을 한다는 이유로 노조 탈퇴 요구에, 부당해고로 이어져 “조금만 버텨보자”고 했던 조합원들도 당장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노동조합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난 1년간 건설노조 조합원 3명 중 1명은 그렇게 노동조합을 떠났고, 함께 일했던 팀원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있다.

 

토론자로 참여한 경기중서부건설지부 김미정 부지부장은 건설노동자의 노동조건 회복을 위해 건설현장 안전대책을 비롯해 ▲적정임금제 보장 ▲임금질불제 확대 ▲표준근로계약서 의무 작성 ▲지역 건설노동자 우선 고용 ▲불법하도급, 부실시공 근절 ▲적정 공사기간 보장 ▲전자카드단말기 현장 안착 ▲지역 맞춤 건설기능훈련 실시 및 지원 ▲숙련기능인 의무고용 ▲건설노동자 심리상담 지원 ▲노정협의회 구성 등을 안산시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안산시 노동일자리과 황세하 과장 “안산시에는 지역노동자우선고용 등 관련 조례 등이 있는데, 이 조례들을 어떻게 하면 실효성을 높여 낼지 고민하겠다.”고 말하면서 “지자체 인허가시 표준계약서를 쓸 수 있도록 권장하고, 불법하도급을 근절할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각 부서 협조를 통해 고민하겠다. 또한 노사민정협의회에서 하나하나 문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토론회에 참여한 박은경 안산시의원은 “건설노동자의 삶을 안정되게 만들어가는 것이 ‘노동자의 도시’ 안산시의 역할이라고 본다. 특히 안산시에는 관련 조례 등이 있는데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실태조사 등을 통해 실효성을 높여나가겠다. 더불어 임의 규정을 강행 규정으로 개정하는 등 안산시의회의 역할을 해나가겠다.”라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