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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진실, 우리가 찾겠습니다. - 10.29 이태원참사 100일을 맞이하며

<온다 칼럼> 임윤희(평등평화세상 온다 사무국장)

뉴스99 |

 

2022년 2월 5일은 이태원 참사 100일이 되는 날이다. 서울광장 옆 세종대로에는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10.29이태원 참사 100일 시민추모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모였다. 하지만 추모를 위해 모인 사람들에게 보이는 건 사방을 메운 경찰들과 차벽이었다.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설치된 분향소를 서울시에서 철거를 시도하며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에서 막을 수 있었던 참사가 벌어졌는데 책임은커녕 추모를 불법으로 일관하며 불법 집회 해산을 경고하는 방송을 반복해 내보냈다. 서울시는 유가족들의 아픔에 공감과 이해를 해주는 것 같지 않다. 상황을 보면서 많이 화가 나고 답답함이 들었다. 그럼에도 현장은 ‘진상규명, 재발방지대책 마련하라’라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100일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해결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 국가와 지자체는 회피하고 있고 언론은 유가족들을 사람의 죽음을 이용해 정부의 돈을 요구하는 파렴치한으로 몰아간다. 그리고 인터넷은 유가족들을 비방하는 댓글로 가득하다. 사회적 위로와 보호를 받아야 할 유가족들의 100일의 시간이 고통스럽고 얼마나 힘드셨을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고립 속에서도 굳건히 싸우고 버티며 와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우리는 왜 그들이 차디찬 바닥에서 죽어야 했는지, 참사의 현장과 대응 과정은 어떠했는지 그날의 진실을 알고 싶을 뿐이다. 창원시의원의 자식 팔이 망언 /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압사’를 ‘사고’로 명명 / 원내수석부대표의 희생자 일부의 마약 사망설 주장 / 주최 없는 행사는 책임이 없다 등 책임져야 할 정부와 정치인들이 2차, 3차 가해까지 해가며 조롱하고 비난하며 고통을 주고 있다. 또한 재난안전 총괄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이태원참사 재난원인조사를 하지 않기로 하여 재난원인조사를 회피했다. 국가가 이태원참사를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사안으로 보고 있지 않고 정치적으로 대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 상황 속에서 생존자였던 이재현군은 스스로 생을 마감하였다. 열여섯 살 어린 나이의 학생은 참사 이후 죄책감 속에 갇혀 견디질 못했고, 나만 살아남은 게 너무 미안하다 했다. 가슴이 아팠다. 세상은 어린 학생의 고통을 방치했다. 또다른 희생자를 만든 것이다. 도대체 국가는 왜 존재하는 걸까.

 

희생자 유연주님 언니의 추모제 발언이 생각난다.

“우리는 일터에 나가 죽지 않고 돌아와야 하고, 친구를 만난 장소에서 집에 돌아올 수 있어야 한다. 이 세상 누구도 번화가에서 술 마시고 논다고 해서, 놀러 나갔다고 죽어 마땅한 사람은 없다. 도구나 폭행으로 인한 물리적 살인만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 사람이 죽었다면 그 또한 살인이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안전한 삶을 보장받아야 하고 이는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재난안전관리 기본법 4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ㆍ신체 및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지고,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며, 발생한 피해를 신속히 대응ㆍ복구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ㆍ시행하여야 한다. ’고 명시한다. 헌법 34조6항은 ‘국가가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주최가 없는 행사라서 책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주최가 없는 행사이기 때문에 국가가 더 책임져야 했다.

 

이태원참사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핼러윈을 앞둔 상황에 적용할 만한 매뉴얼은 이미 갖춰져 있었다. 2005년 10월 경북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공연에서 11명이 압사로 숨지는 사고, 롯데월드 무료개방행사로 35명이 다치는 등 대형사고들을 통해 안전메뉴얼이 만들어지고 개정되었다. ‘지역축제장 안전관리메뉴얼’은 중앙행정기관장, 지방자치단체장, 민간 등이 개최하는 지역축제 중 관람객 1천 명 이상, 위험성 높은 지역(경사 지역, 교통 혼잡 지역 등)은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지역안전관리위원회 및 자문단 운영 등을 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적용할 수 있는 매뉴얼이 있었음에도 참사가 일어난 것이다. 정말 갑갑한 현실이다.

계속되는 참사에 예방이 전혀 되고 있지 않은 나라에 우리는 사는 것이다.

 

이태원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이다. 100일밖에 되지 않았고, 해결된 건 없는데 국가와 사회는 이제 그만하라고 한다. 우리는 미래의 재난생존자다. 안전 대책이 제대로 되지 않는 이 나라에 운이 좋아 살아남은 것이다. 트라우마 전문가들은 ‘당신이 재난을 겪을 확률 50%’, ‘평생 트라우마 사건을 겪을 확률은 50%’라고 한다. 피해자는 내가 될 수도 있고 내 가족, 내 아이가 될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유가족이 원하는 것은 성역 없는 진상조사와 원인 규명을 통해 재발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연대의 힘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추운 날씨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싸워나가고 있는 유가족들의 곁에 서서 기억하며 함께하자. 더이상 비극적인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 행동하며 같이 걸어가자.

 

마지막으로 희생자들의 이름을 불러보며 추모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강민지 강은경 김단이 김도은 김동규 김미정 김보미 김산하 김세리 김 송 김수진 김슬기

김연희 김예은 김용건 김원준 김유나 김의진 김의현 김인홍 김재강 김정훈 김주한 김지현

김지현 김현수 나현태 남상호 노류영 문효균 박가영 박소영 박소영 박소현 박시연 박지애

박지혜 박초희 박현도 박현진 배현호 서수빈 서용현 서예솔 서형주 송영주 송은지 송채림

신애진 신한철 심규용 안다혜 안소현 안지호 양희준 오근영 오지민 오지연 유연주 유채화

윤성근 이건주 이경훈 이남훈 이동민 이민아 이상은 이수연 이승연 이승헌 이은재 이정환

이주영 이지한 이지현 이진우 이재현 이한솔 이해린 이현서 임종원 장승민 장한나 정아량

정주희 조수현 조경철 조명화 조예진 조한나 진세은 차현욱 채현인 최다빈 최민석 최보람

최보성 최유진 최재혁 최정민 최혜리 추인영 한규창 한수빈 함영매 홍의성 스티븐블레시

게네고리마무 나티차마케우 도미카와메이 스티네에벤센 그리고 48명의 희생자분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부상자분들의 빠른 쾌유를 빌며, 유가족분들에게 위로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