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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짓밟고 기업사냥 일삼는 투기자본 규제법, 지금 당장 필요하다!

뉴스99 황정욱 기자 |

안산 시민이라면 누구나 이용해봤을 법한 홈플러스 안산점은 전국 홈플러스 매장 중에서도 매출이 최상위권이라고 한다. 그런 홈플러스 안산점이 11월 폐점을 예고하고 건물 벽면에 ‘고별처분’ 현수막을 내걸었다.

 

홈플러스 안산점이 이대로 문 닫으면 800여명의 직원들은 고용불안, 아니 현실적으로 길거리에 내몰리게 된다. 이렇게 함께 일해 온 노동자들을 내치면서 폐점 절차를 밟고 있는 이유는 현재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폐점을 전제로 매각 처리했기 때문이다.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투기자본 MBK는 인수 6년 만에 작년부터는 폐점을 전제로 한 알짜매장 매각을 연이어 하고 있다. 작년 5월 안산점을 비롯해 대전 둔산점, 대구점을 시작으로 대전 탄방점, 부산 가야점, 동대전점, 대구스타디움점 등 매장을 폐점을 전제로 매각했거나 매각중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 악질적인 투기자본 MBK의 매장 매각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투자금을 회수하고 매각대금만 챙길 수 있다면 홈플러스라는 회사가 산산조각 나든 말든, 오랫동안 온 몸 바쳐 일해 온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든 말든 MBK는 폐점 매각를 멈추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MBK는 국내 뿐 아니라 아시아 최대 규모의 투기자본으로 홈플러스 외에도 우리가 알고 있는 코웨이, 네파, 두산공작기계, ING생명, 유니버설스튜디오 등 수많은 회사들을 인수하고 기업 가치를 올려 되팔아 막대한 차익을 남기는 방식으로 자산을 증식해왔다. 최근 이커머스 업계에 뛰어들기 위해 업계 3위인 이베이코리아 인수와 음식 배달 업체 요기요 인수에 뛰어들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투기자본은 기업 사냥을 통해 대규모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등 대한민국 노동자들을 희생양 삼아 자신들의 배를 불려왔다는 것이 큰 문제다. 최저임금에 불과한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뒤흔들며 투기 행위로 자산을 증식한 MBK 김병주 회장은 2020년 포브스가 발표한 대한민국 부자 랭킹에서 개인 자산 19억 달러(2조1167억원)로 12위에 올랐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19억5000만 달러·2조1724억원)과 구광모 LG그룹 회장(18억 달러·2조57억원) 사이에 위치했고, 37위인 신세계 이마트 정용진 부회장보다 월등히 높은 순위에 있다. 홈플러스 인수 후 매장매각과 부동산 투기로 일삼은 자산 증식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조합원들과 직원들은 홈플러스 폐점사태 해결과 고용안정 보장 대책, 투기자본 규제입법 제정 등을 제안하고 국회의 법안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국회의원 전원에게 면담을 요청했으나 기득권의 편에 선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이 이를 외면했다고 한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거대여당은 오히려 개인투자자 보호는 강화하고 운용규제는 완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한 바 있다. 새롭게 개정된 법안 어디에도 노동자를 보호하거나 기업약탈을 규제하는 내용은 없었다. 노동자들은 자본과 기업의 약탈과 먹튀 매각을 규제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으나 국회는 역으로 악질투기자본 규제를 풀어준 상황이다. 투기자본의 기업약탈은 눈감아 주고 노동자들의 생존권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정치권의 현실이다.

 

악질적인 투기자본의 기업약탈, 부동산투기로 인해 홈플러스 직영 직원은 물론이고 협력사 직원, 온라인 배송기사, 입점주 등 홈플러스로 인해 먹고 사는 노동자 10만 여명의 생존권이 벼랑 끝에 놓여 있다. 정부와 국회는 수만 명의 일자리가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투기자본이 이렇게 경제 질서를 망치고 있는데 이 것을 방치하고 둘 것이란 말인가?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팬데믹 상황에서 불평등과 양극화속에서 노동자들은 절규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는 지금이라도 나서서 악질투기자본 MBK의 홈플러스 폐점매각 사태를 해결하고 노동자들의 고용 보장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악질투기자본의 기업약탈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금지하는 투기자본 규제입법도 조속히 시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