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목)

  • 서울 3.2℃
  • 흐림수원 3.7℃
기상청 제공

“방역은 핑계일 뿐,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 보장이 우선이다!”

뉴스99 황정욱 기자 |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대한민국 헌법 제 21조, 제37조에 명시된 내용이다. 그런데 안산에서는 헌법에도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 중 하나인 ‘집회’를 열 수 없다.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안산시는 지난 2020년 4월 10일부터 ‘안산시 행정고시 제2020-88호 안산시 집회금지에 관한 고시’를 유지하고 있어 관내 모든 집회를 금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민들의 민주주의 기본권을 억압하는 이런 상황에 대해 안산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기도 했다. 시민단체·진보단체들의 연합조직인 안산민중행동이 지난 11월 23일 안산시청 앞에서 안산시가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모든 집회에 관해서 원천적 금지를 하고 있는 상황은 명백히 헌법을 위반한 것이며 과도하게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정이라고 목소리를 낸 것이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재난 속에 방역에 대한 원칙은 중요하다. 실제 집회라는 방법을 통해 목소리를 내고 저항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시민, 조직들도 그 동안 이 땅의 국민으로 코로나 방역 지침에 따라 왔다. 그러나 11월 1일부터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조정으로 ‘위드 코로나’ 방침이 전국적으로 시행중에 있음에도 안산시가 모든 집회에 관해서만은 원천적으로 금지를 하고 있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진행된 프로야구 경기에서는 100% 좌석을 관중에 개방해 많게는 2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야구장을 찾았다. 심지어 여야 대선 후보들도 야구장 나들이에 동참한 것을 뉴스를 통해 똑똑히 확인했다. 몇 일전 월드컵 축구 예선 경기를 보기 위해 고양종합운동장에 입장한 관중은 3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위드 코로나와 함께 11월부터 종교 활동 제한도 완화되어 그 넓은 여의도순복음교회를 가득 매운 신도들의 예배 사진이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경찰은 지난 11월 13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전국노동자대회를 버스로 차벽을 만들어 원천 봉쇄했다. 결국 민주노총은 장소를 옮겨 집회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고, 정부는 집회를 주최한 노동자들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처벌할 방침이라 밝혔다.

 

윤화섭 안산시장도 몇 일전 100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한 김장 나눔 행사에 동참해 양손에 배추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심지어 본인의 책을 알리는 북 콘서트 행사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열겠다며 홍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안산 지역 곳곳에서 그 동안 진행하지 못했던 행사들이 열리고 있고, 시장·시의장을 비롯한 주요 정치인들의 SNS에서 그들의 행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니 왜 ‘집회’만을 여전히 금지하고 있냐는, 특히 안산시는 집회금지 고시를 왜 해제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대선 후보, 시장을 비롯한 행정과 정치인들은 버젓이 행사를 열고 있고, 공연도 스포츠경기도 다 관중 입장을 허가하고 있는데 집회만큼은 금지하고 있는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집회와 결사는 대부분 사회적 약자들이 권리를 주장하는 과정에서 진행되어 왔다. 지배 권력이 만들어 온 집회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깊은 편견이 작동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코로나를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방역에 힘쓰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재난상황에서 더 큰 고통에 빠진 국민들이 보이지 않는가. 택배노동자, 플랫폼노동자, 영세 소상공인, 노점상인 등 코로나 시대에 저임금, 해고, 과로에 내몰리며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민국 기성 언론들은 이런 국민들의 삶을 조명하기는커녕 재난에 대한 책임을 넘길 ‘공공의 적’을 계속해서 만들어 내고 있다. 노동자들이 연 집회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 여론 또한 마찬가지다.

 

삶의 벼랑 끝에서 외칠 곳 없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집회 금지는 이들의 입을 틀어막고 무시하는 처사나 다름없다. 물론 팬데믹 상황에서 절대다수의 생명권을 위해 어느 정도 기본권을 제한해야 할 때도 있지만 행정이 자의적인 기준으로 ‘집회’의 자유만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안산시는 더 이상 시민들의 기본권을 감염의 원인인양 취급하는 집회금지 고시를 당장 해제해야 한다. 방역을 핑계로 본인들의 입맛에 맞는 각종 행사들은 괜찮고, 집회만은 금지하는 행위는 민주주의 기본권을 억압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안산시의 결단이 필요할 것이다.